고객과의 소통, 메시지 수용의 '열린 틈'을 찾아라!

고객과의 소통, 메시지 수용의 '열린 틈'을 찾아라!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 듣지 않는 사람에겐 팔지 못한다

아내의 생일이라 가족들과 함께 근사한 뷔페 식당에서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나온 A씨. 그야말로 ‘배 불리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린다’는 함포고복(含哺鼓腹)의 만족상태입니다. 그렇게 집엘 들어섰는데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옆집에서 떡을 가지고 인사차 왔습니다. 하얀 백설기 떡에 알록달록 색색이 먹음직한 송편과 쑥 내음 가득한 인절미. 그러나 이게 웬걸. 평소라면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을 그 떡들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힘겹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입니다. 일정한 기간 동안 소비되는 재화의 수량이 증가할수록 그 재화의 추가분에서 얻는 한계효용은 점점 줄어든다는 법칙 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배가 부른 지금은 다른 음식들이 눈에 안 들어온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법칙이 비단 먹는 문제에만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눈만 뜨면 만나게 되는, 아니 눈을 뜨지 않아도 접하게 되는 수많은 광고와 콘텐츠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듣지 않는 사람에겐 팔지 못한다.” 레오 버넷, 데이비드 오길비와 함께 1960년대 세계 3대 광고인이라 불리는 빌 번박의 말입니다. 하루에 접하는 광고의 개수가 무려 3천 여개에 달한다는, 그러나 그 중 기억할 수 있는 광고는 아홉 개 밖에 안 된다는 어느 연구 결과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머리는 넘쳐나는 정보들로 가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나의 메시지를 들이민다면? 마케팅 효과는 차치하고 역효과나 안 나기만 바라야 할 상황입니다.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나의 고객들이 나의 얘기를 가장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눈 여겨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의 메시지에 나의 고객들이 최대한 활짝 문을 열어 두고 있는 시간과 장소, 환경을 세계적인 광고대행사인 디디비니드햄(DDBNeedham)에서는 고객의 ‘메시지 수용의 열린 틈’ (Aperture of Receptivity)이라 정의합니다. 작금의 미디어 소비 환경에서는 이 ‘열린 틈’을 찾아내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만큼이나 중요해졌습니다. 미디어와 광고 콘텐츠의 범람에 눈을 감고 귀를 막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미디어는 고객들의 ‘열린 틈’을 찾아 진화합니다. 먼저, 머리를 손질하는 헤어숍. 단순 컷이 아니라 펌을 하거나 염색을 하는 건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지루한 시간, 바로 여기에 ‘메시지 수용의 열린 틈’이 있습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어떤 형태의 메시지에도 고객은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나온 게 헤어숍 거울 앞쪽에 설치된 10.1인치 화면의 단말기입니다. 이 단말기는 패션, 뷰티, 영화, 여행,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디지털 매체로, 전국 헤어숍 여기저기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머리를 하는 동안 장시간 움직일 수 없는 고객은 스스로의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해 눈 앞에 놓인 단말기에 눈과 귀를 엽니다. 광고를 포함한 개별 콘텐츠에 대한 고객의 거부감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얘긴즉슨, 광고의 수용성이 올라가는 겁니다.

또 다른 ‘열린 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게 되는 커피숍에도 존재합니다. 커피 전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주문한 커피나 차가 나올 때까지 필연적으로 생기는 대기시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 무의미한 대기시간을 의미 있게 바꿔줄 무언가가 있다면? 정답입니다, 진동벨입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는 걸 알려주는 진동벨. 그 진동벨에 ‘스크린’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3.5인치 크기의 LCD 스크린이 달린 진동벨이 고객이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다양한 영상광고를 내보내며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역시 ‘메시지 수용의 열린 틈’을 잘 찾아 낸 사례입니다.

아파트나 고층 건물마다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 그 엘리베이터를 타는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어색한 침묵이 지배하는 시간입니다. 그 서먹한 정적을 깨고 머리 위쪽 자그마한 단말기에서 영상과 사운드가 흘러나옵니다. 현재 있는 층을 가리키는 숫자에만 눈을 고정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 크지 않은 모니터에 자신의 눈과 귀를 엽니다. 그것도 아주 기꺼이. 배 고플 때의 찬 밥 한 그릇이 배 부를 때의 진수성찬보다 천 배는 더 나은 법입니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 역설했던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의 말을 빌려쓰자면 "미디어가 곧 콘텐츠”인 겁니다.

고객과의 소통, ‘무엇을’도 중요하지만 ‘언제’와 ‘어떻게’도 그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메시지(Contents)뿐만 아니라 맥락(Context)과 해당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체(Container)까지 조화를 이루어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완성됩니다.


▶ 그렇다면 매체 수용의 열린 틈,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훌륭한 영업사원은 언제 어떤 순간에 판매 화제를 끄집어내야 하는지를 잘 압니다. 처음부터 다짜고짜 내 물건을 사 달라고 강요한다면 초짜입니다. 판매를 이끌어내기는커녕 욕만 먹기 십상입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 고객을 향한 마케팅 메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나의 이야기에 가장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인가. 고객 연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메시지 수용의 열린 틈'을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고객의 매체 이용 패턴을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우리의 고객이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접하게 되는 모든 미디어와 메시지의 상황을 면밀하게 재구성해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고객은 어떤 매체에 주목하는지, 하루 중 어느 때에 주목하는지, 그때 그들은 무얼 하고 있는 상황인지. 예컨대 차를 타고 가는 중인지, 가족들과 거실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중인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별생각 없이 층수 번호만 쳐다보고 있는지, 그들의 일상에 돋보기를 들이대야 합니다.

둘째,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들의 삶에 어떤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지도 잘 살펴야 합니다. 고객이 느끼는 그 니즈가 가장 강렬한 시점, 그게 우리의 메시지가 그들에게 가장 적확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열린 틈'입니다. 예컨대 꽉꽉 막힌 고속도로 변에 서 있는 옥외광고탑. 거기에 차 막힐 걱정도 없고 자가운전으로 힘들 이유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코레일 광고가 붙어 있다면? 다시 말하지만 배고플 때는 찬 밥 한 공기도 제대로 꿀맛입니다.

셋째, 고객들이 우리의 브랜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와 상황을 찾아야 합니다. 외국의 명품 패션 브랜드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가 재래시장이 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내 서비스, 내 브랜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엔 역시 고객입니다. 고객은 왜 그 시점, 그 장소, 그 환경에서 우리의 메시지에 문을 활짝 여는가? 이런 '열린 틈'의 발굴은 이제 경영이나 마케팅의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어떤 매체를 선택할 것인가는 마케팅 전략의 다른 요소들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고객의 '열린 틈'에 주파수를 맞추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듣지 않는 사람에겐 결코 팔 수 없습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이노망고]의 혁신 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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