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짙은 여운으로 남는 그와 그녀의 대사들. 사랑이 무엇인지 끝없이 되묻게 되는. 그래서 철학적이라는. 별 다섯 개.


(해준)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서래)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서래) 처음부터 좋았습니다. 날 책임질 형사가 품위 있어서.


(해준)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할머니 폰 바꿔 드렸어요, 같은 기종으로. 전혀 모르고 계세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해준) 아니, 왜 그런 남자랑 결혼했습니까?
(서래)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해준) 나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그거 참 공교롭네. 송서래 씨는 뭐라고 할 것 같아요?
(서래) 참… 불쌍한 여자네.


(서래) 왜 자꾸 물어요? 내가 여기 왜 왔는지 그게 중요해요, 당신한테? 그게 왜 중요한데요? 당신 만날 방법이 오로지 이것밖에 없는데 어떡해요.


(서래) 난 왜 그런 남자들하고만 결혼할까요? 해준 씨처럼 바람직한 남자는 나랑 결혼해주지 않으니까. 얼굴 보고 말이라도 하려면 살인 사건 정도는 일어나야 하죠.


(서래) 날 떠난 다음 당신은 내내 편하게 잠을 한숨도 못 잤죠? 눈을 감아도 자꾸만 내가 보였죠?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 때, 당신은 문득 다시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


(해준) 지난 402일동안 당신을… 그렇다고 해서, 난 경찰이고 당신이 피의자란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에요. 피의자, 알죠? 경찰한테 의심받는 사람.
(서래) 나 그거 좋아요. 편하게 대해 주세요, 늘 하던 대로… 피의자로.


(서래) 이걸로 재수사해요.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요.


(서래) 난 해준 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벽에 내 사진 붙여 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서래)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서래) 바다에서 건진 전화, 그거 다시 버려요. 더 깊은 바다에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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