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할매김밥의 경영 레슨 : 복잡성을 제거하라

청도 할매김밥의 경영 레슨 : 복잡성을 제거하라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부산 여행을 다녀오던 길에 들른 청도였습니다. 식사 때가 되어 인터넷으로 ‘청도 맛집’을 검색해보니 <청도할매김밥>이란 곳이 뜨더군요. 찾아간 곳은 청도 버스터미널 근처 허름한 어느 건물. 한산해 뵈는 가게 문을 열었는데 웬걸, 손님들이 홀 안에 가득합니다. 긴 줄을 따라 앞으로 가보니 작은 방이 하나 있는데 그 유명한 ‘청도할매’는 그 방 안에서 무척이나 절제된 동작으로 묵묵히 김밥을 말고 계셨습니다. 매콤한 무말랭이 김치를 따끈한밥과 함께 말아 넣은, 유일한 메뉴 할매김밥. 이게 2줄에 천 원입니다. 한참을 기다려 산 김밥을 한 입 가득 베어 무니 그 맛이 명불허전입니다.

김밥 이야기로 글을 연 이유는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눈길을끌고 발길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제품의 종류를 늘립니다. 가격대뿐만 아니라 무이자 할부 등 판매조건도 고객 입 맛에 맞춰 쫙 펼쳐 놓습니다. 이런저런 구색이 갖춰지니 매출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 매출이 늘어나긴 하는데 동시에 비용 또한 늘어납니다. 이유는 가까이 있었습니다. 제품의 종류가 늘어나니 생산 원자재의 종류와 양도, 그걸 쌓아놓을 공간도 늘어납니다. 제품의 사양이 복잡해지니 기존의 단순하던 작업공정들이 이리 꼬이고 저리 얽힙니다. 현장 직원들의 숙련도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어느새 ‘생산’이 아니라 ‘관리’가 더 큰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모든 게 오롯이 비용으로 쌓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겁니다. 이른바 ‘복잡성의 위험’입니다.

1913년, T모델을 생산했던 포드는 13,000명의 직원들이 26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다른 회사들이 66,000명의 직원으로 29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니 생산성 차이가 현격합니다. “미국 사람들의 모든 지갑 사정과 모든 목적에 부합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를 출시했던 GM은 토요타와 렉서스, 단 2개 브랜드만 운영하는 토요타에 고전했습니다.

41개의 모델로 고객의 다양한 선택권을 강조했던 델컴퓨터 역시 단 6개 모델만 시장에 내놓았던 애플컴퓨터에 무릎을 끓었습니다. “미친 듯이 심플”을 강조했던 스티브 잡스, 그는 복잡성의 위험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복잡성 관리는 생산 관리에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넘쳐나는 정보 과잉 시대입니다. 그러니 고객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단순함은 미덕이자 경쟁력입니다. 24가지의 잼을 갖다 놓은 부스와 6가지 잼을 갖다 놓은 부스에서의 판매율이 각각 3%와 30%였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 고객을 위한다며 고객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은 고객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라는 방증입니다.

다시 <청도할매김밥>으로 돌아가봅니다. 메뉴는 단 하나! 재료는 김과 밥, 그리고 무말랭이 김치가 다입니다. 그러니 만드는 공정이 효율적이고 손님과의 소통도 심플합니다. 청도할매, 알고 보니 그는 단지 김밥의 고수만이 아니었습니다. 복잡성 관리에 정통한 경영의 달인이었습니다. “완성이란 더 하는 게 아니라 더 떼어낼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청도할매에게서 김밥 사먹으며 배운 또 하나의 경영 통찰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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