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반바지가 뭣이 중헌디?

그깟 반바지가 뭣이 중헌디?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2015년 상반기, 폭스바겐은 500만대 넘는 자동차를 팔아 도요타를 누르고 세계 1위에 등극했습니다. 그랬던 폭스바겐의 추락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에 이은 휘발유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조작 스캔들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성과주의’란 말로 거친 설명이 가능할 듯합니다. 1등 지상주의와 독재적 권위주의가 빚어낸 폐해라는 시각입니다. 도요타를 넘어 1등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폭스바겐이 꺼내 든 카드는 기술 개발을 통한 친환경 엔진이 아니라 계기판 조작이었습니다. 제왕적 CEO가 제시한 무리한 목표를 맞추려다 빠져 버린 유혹의 늪이었지요. 상명하달의 독재적 권위주의적 문화에서 어느 누구도 CEO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미지 출처 : 도서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bit.ly/경영일탈)

그래서일까요? 요즘 우리 대기업들에서도 기업문화 혁신 작업이 한창입니다. 얼마 전 한화에서는 조직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유연근무제’와 ‘승진 휴가제’를 도입한다 발표했습니다. 하루 4시간, 주당 40시간만 지키면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요. 과장, 차장, 부장 등 승진 때마다 한 달간의 안식월을 받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한화뿐만 아닙니다. 엄숙한 장례식장 같은 임원실을 없애는 등 많은 기업들이 기업문화 바꾸기에 속속 동참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의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효율’이 경쟁력이었던 산업화 시대를 ‘표준’과 ‘속도’를 앞세워 헤쳐왔던 삼성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의 체제로는 창의 중심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에 삼성은 새로운 제도들을 연이어 도입했습니다. 직급체계도 단순화하고 호칭도 ‘○○○님‘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여름철엔 반바지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실리콘밸리 式 기업’으로의 변화입니다.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 또는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정신적 소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 ‘문화’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하나의 문화가 단시간에 만들어질 수 없는 이유가 이 설명에 녹아 있습니다. 규정은 금세 바꿀 수 있지만 문화는 다릅니다. 창의문화라서 반바지를 입는 게 자연스러운 거지, 반바지 입는다고 창의문화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문화적 숙성 없이 설익은 규정부터 만들어 놓으니 ‘반바지 열사’라는 신조어가 생겨납니다. 누가 감히 가장 먼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거냐, 라는 의미가 담긴 말입니다.

조직문화 혁신의 관건은 그래서 리더십입니다.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폴로우어가 보고 배웁니다. 그 과정의 반복과 순환 속에서 문화가 서서히 뿌리를 내립니다. 반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핵심은 창의와 개성, 자율과 책임의 조직문화입니다.

영화 <곡성>의 명대사가 그래서 생각납니다. “뭣이 중헌디~.” 반바지는 창의문화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일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국내 많은 기업들의 기업문화 혁신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두 손 모아 빕니다. 조직문화가 경쟁력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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