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아니라고?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라고?

출판사가 아니라고?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라고?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단군 이래 최고의 불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출판 쪽도 예외가 아닙니다. 업계 분위기는 먹구름입니다. 지금껏 출판사의 중요한 업무는 기획을 통해 '원고'를 만들고 제작을 통해 '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책을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책을 잘 ‘파는’ 것도 중요해졌습니다. 서점 내 진열만으로는 책이 발견되지 못하는 세상이라서입니다. 출판사 자체의 마케팅이 중요해진 배경입니다.

작금의 출판은 '연결'의 비즈니스입니다. 사람과 책을 '연결'해주고 저자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연결'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책은 한낱 종이뭉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출판계에서 마케팅 차원의 다양한 논의들이 생겨나는 건 그래서입니다.

예컨대, 고객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함으로써 고객을 제대로 정의하고 발견하고 그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영향력있는 포털 서비스들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소셜에서의 카드뉴스 등을 통해 우리의 책을 '맛 보게' 하는 것 역시 의미있는 일입니다. 뭐가 되었든 출판계 역시 마케팅으로부터 이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야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바야흐로 ‘출판도 마케팅’인 세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입니다. 먼저, 출판이라는 업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출판은 더 이상 좋은 책을 잘 만드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포인트가 '책'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라는 물성의 상자를 깨고 나오면 출판업의 전략적 방향 역시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래의 출판사는 '연예기획사'의 또 다른 버전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자'와 함께 '책'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와 함께 책, 강의, 토크쇼 등 '전 방위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마케팅하고 매니징하는 회사, 즉 '지식•지혜기획사'의 모습입니다. 마치 JYP가 '트와이스'를, YG가 '빅뱅'을 키워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가구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파는 거"라 이야기하는 한샘의 최양하 회장의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 볼 일입니다.

마케팅 개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더 이상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시장이 바뀌고 고객이 달라졌습니다. 마케팅의 열쇳말은 그래서 '고객행복'입니다. 즉, 고객의 뜨거운 목마름을 시원한 물로 풀어주는 게 마케팅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고객의 갈증과 상관없이 제품이 먼저 출시됩니다. 그걸 팔려고 하니 마케팅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순서가 잘못되었습니다. 마케팅의 출발점은 기획단계부터여야 합니다. 다 만든 책을 잘 파는 게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고객이 원하는 책을 기획하는 것부터가 마케팅입니다.

<마케팅 리스타트> 29페이지에서 발췌 (bit.ly/marketingrestart)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했습니다. 보다 많은 독자들이 책과 함께 보다 나은 인생을 빚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영혁신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몇 권의 책을 쓴 저자로서 대한민국 모든 출판사들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출판도 마케팅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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