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시큰둥, CEO는 갸우뚱, 매뉴얼이 과연 최선일까?

고객은 시큰둥, CEO는 갸우뚱, 매뉴얼이 과연 최선일까?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명사] 설명서 (내용이나 이유, 사용법 따위를 설명한 글. 편람 또는 교범으로 활동 기준이나 업무 절차 등을 명확화한 문서. ‘매뉴얼’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다. 최근 국내외에서의 이런저런 이슈들로 인해 매뉴얼이란 단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예컨대 위험물질 사고 대응 매뉴얼이라든지, 자연재난 대응 매뉴얼이라든지 하여 사회 전반에서 매뉴얼이란 단어가 자주 거론되는 요즘이다.

그런데, 이런 매뉴얼은 사실 기업 경영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신입사원이 들어오더라도 매뉴얼만 있다면 단속(斷續)없는 업무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뉴얼이란 말은, 유사시에 혼란없이 바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비무환의 상징으로도 많이 쓰인다.

그런데 매뉴얼이 과연 최선일까? 2011년 일본 대지진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와 국민들의 대응은, 이런 시선에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게 한다. 당시 일본 국민들의 의연한 대처와 달리 일본 정부의 대응은 엉망이었다. 구호 및 재해 복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뉴얼의 나라’라 불리는 일본에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전문가들은 이를 과도하게 매뉴얼화된 관료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계적인 매뉴얼은 고객에 감동 못 준다

종종 들르게 되는 고급 백화점이나 호텔에서는 여기저기 마주치는 직원들로부터 인사를 받는다. 지금은 물론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인사가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거의 없다. 무미건조한 기계음처럼 우리의 귓가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그 직원들은 주어진 매뉴얼과 지침에 따라 본인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상황.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 매뉴얼대로 움직였는데, 결과는 이렇게 반대로 나타나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듯 하다. 첫 번째는 매뉴얼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매뉴얼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처가 안 된다는 거다. 매뉴얼이란 게,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정하여 작성한다고는 하지만 요즘 같이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아우를 순 없는 법이다. 발생가능성이 높은 상황 위주로 대처 요령을 만들고 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일본 대지진 사태 때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상황에서는 매뉴얼의 효용이 급격히 떨어진다.

두 번째는 기계적인 교육과 타성에 젖은 학습 때문이다. 전략적 기획과 판단을 통해 고심해서 만들어 놓은 매뉴얼. 그러나 그에 대한 교육이 직원들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교육을 받더라도 그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음미할 겨를도 없이 매뉴얼에 적힌 대로 흉내내기에 급급하다. 이런 고객 응대가 고객의 영혼을 감동시킬 리 만무하다.

◇기업 문화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

창립 10년만에 매출 1조를 달성한 미국의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재포스는‘기업 문화야말로 가장 강력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웅변하는 기업이다. 재포스 콜센터에는 고객 응대 매뉴얼이 없다. 콜 스크립트는 물론 통화 시간의 제한도 없다. 기존 콜 센터에서 통용되던 상식이 재포스에선 무용지물이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라는 권한을 부여 받은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저마다의 창의력을 발휘한다. 신발을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판다며 스스로 ‘서비스 컴퍼니’를 자처하는 회사다. 재포스는 이런 기업 문화를 통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 재포스  콜센터의 불이 24시간 켜져 있는 이유는 매뉴얼 때문이 아니라 이런 기업 문화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문화’다. 해당 기업의 문화에 따라 그 기업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조직 구성원의 DNA에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이념, 철학 등이 정확하게 이식될 때, 그 기업의 문화는 하나의 행동지침으로 작용한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근본적인 처방은, 고객 응대 매뉴얼을 꼼꼼하게 잘 만드는 것도, 그래서 그 매뉴얼에 대한 교육을 잘 시키는 것도 아닌 셈이다.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구성원들이 뼛속 깊이 공감하고 동의한다면 나머진 저절로 된다. '고객들과 대화할 때는 이러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을 가지고 저러저러한 화제로 이러이렇게 커뮤니케이션하라'란 구구절절한 매뉴얼과 스크립트가 필요 없는 이유다.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리더와 직원을 막론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조직이 승리한다. 단언컨대, 승리하는 조직의 필요충분조건은 조직원들의 마음을 한 데로 담아내는 핵심 가치와 기업 문화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이노망고]의 혁신 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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