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유감 : 나는 내 혀를 믿는다

미쉐린 유감 : 나는 내 혀를 믿는다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해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됩니다. 100년이 넘는 전통에 빛나는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의 가치에 따라 매기는 별점으로 유명한데요. 그동안 한국은 다양한 식당들이 미쉐린의 별을 받았습니다. 별 1개(맛있는 식당)를 받은 식당도 있고요. 별 2개(멀어도 가 볼만한 식당) 혹은 별 3개(일부러 찾아갈 만한 탁월한 식당)를 받은 식당들도 꽤 됩니다. 그 외 미쉐린이 주목하는 서울 시내 식당 리스트도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업계의 희비가 갈립니다. 명단에 들어간 식당엔 예약이 밀려든다는 전언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음식은 문화’라고 이야기합니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라는 말처럼 문화는 내 삶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그 무엇입니다. 그러니 맛이란 건 절대적일 수 없는 상대적인 개념이며, 맞고 틀림도 낫고 못함도 없습니다.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외국 음식이 있듯 그들의 입맛에 들지 않는 우리 음식 또한 있을 겁니다. 지금 같은 식이라면 코를 뻥 뚫어주는 삭힌 홍어 요리는 결코 그들의 별점을 받을 수 없을 겁니다. 한국 식당들에 대한 미쉐린의 별점에 마음이 불편한 이유입니다.

물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 기업에서 주는, 어떤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매기는지, 모든 게 베일에 싸여있는 별점에 우리 식당들이 왜 웃고 울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맛이란 객관식의 ‘선택’이 아니라 주관식의 ‘풀이’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기준이 하나 생기면 다들 그 기준에 맞추려고 안달입니다. 소리 높여 차별화를 부르짖으면서도 모두가 비슷해지는 우를 범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다른 회사보다 ‘나은’ 회사가 아니라 뭔가 ‘다른’ 회사가 살아남습니다. ‘벤치마킹’의 유효기간은 끝났습니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차별적 강점에 집중해야 하는 요즘입니다. 누가 뭐라 하든 씩씩하게 팔 흔들며 내 갈 길 걸어가는 겁니다. 우리를 옥죄던 상자를 깨부수고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도 눈 여겨 봅니다.

“나는 미술을 믿지 않는다. 미술가를 믿는다.” 화장실 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회에 출품했던 마르셸 뒤샹의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을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의 말을 빌어 표현해 봅니다. “나는 미쉐린 별점을 믿지 않는다. 내 혀를 믿는다.” 다른 이의 기준에 맞출 일이 아닙니다. 외국기업의 ‘우리 식당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차제에 미쉐린에 필적할 만한 우리의 별점 기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차별화’라는 관점에서도 우리의 음식과 우리의 맛은 우리가 경영하고 우리가 마케팅해야 합니다.

아차, 문득 불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한류 요리를 통한 ‘문화 융성’을 목적으로 ‘K 요리재단’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정부의 모습이 어른거려서입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미쉐린에 우리 식당들의 평가를 맡기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분은 쓰지만 말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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