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건네는 노자의 6가지 질문

리더에게 건네는 노자의 6가지 질문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조직이나 단체의 활동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리더'의 사전적 의미다. 현실에 대입하니 뭔가 부족하다. 조직을 리드해야 하는 이유(Why), 조직을 리드하기 위한 철학(How), 두 가지가 빠져서다. 리더십의 이유와 철학은 리더십의 핵심이다. 이게 없는 리더들은 그저 지시하고, 명령하고, 통제하기 바쁘다. 권력 중독. 목적과 철학이 없는 리더는 결국 조직이란 배를 산으로 끌고 간다. 있어야 할 곳에 없는, 존재 이유를 잃은 조직에게 예정된 결말은 뻔하다.

“난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저 누구에게나 진정성있게 대한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의 말이다. 리더십은 스킬이나 테크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앞에서 머리를 조아릴까?’ 고심한다. 번짓수부터 틀렸다. 그건 리더십이 아니다.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독재와 기만의 기술이다. 달라진 세상의 리더십은 자기인식이고, 자기반성이며, 자기성찰이다. 남에게로 향한 비판적 시선을 내게로 돌려야 하는 이유다. 노자는 이를 위한 여섯 개의 유용한 질문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도덕경 10장을 통해서다.


첫 질문이다. 재영백포일 능무이호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정신과 마음을 잘 가다듬어 산란하지 않게 할 수 있는가? 하늘의 북극성을 길잡이 삼아 먼 길을 다녔던 옛사람들처럼 리더에게도 북극성이 필요하다. 리더의 북극성은 우리 조직의 존재이유다. 우리 브랜드가, 우리 제품이, 우리 서비스가 왜 존재해야 하나?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나? 경영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익 극대화가 아니다. 고객행복이다. 수익은 고객행복을 빚어내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리더가 수익을 위해 고객행복을 외면한다. 완벽한 주객전도. 수단과 목적이 각자의 자리를 잃으면 남는 건 탐욕이요 혼돈이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리더는 그 목적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전기치유 능영아호 (專氣致柔 能嬰兒乎)? 기를 모아 부드럽게 하여 아이의 마음이 될 수 있는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천진(天眞)’과 ‘무구(無垢)’에 대한 얘기다. '천진'은 자연 그대로의 참된 모습이고, '무구'는 때 하나 묻지 않은 모습이다. 요컨대 ‘진정성’이다. 많은 리더들이 ‘진정성, 진정성’ 노래를 부른다. 정작 내 속에 진정성은 없다. 그러니 진정성을 ‘연기’한다. 카메라가 돌 때만 최선을 다 하는 게 연기다. 그런 연기가 예전에는 먹혔다. 지금은 안 먹힌다. 초연결사회라서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리더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카메라가 돌든 안 돌든 리더는 한결같아야 한다. 남의 눈을 속이기는 쉽다.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한다(Be true to myself). 그게 진정성이다. 나는 나에게 얼마나 진실한가? 노자가 건네는 두 번째 질문이다.

척제현람 능무자호 (滌除玄覽 能無疵乎)? 마음을 고이 씻어 관조함으로써 허물을 없앨 수 있는가? 세 번째 질문이다. 냉정한 자기인식을 통한 성찰과 반성에 대한 물음이다. ‘병식(病識)’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병에 걸려있음을 안다는 뜻이다. 나의 병을 인식하지 못하면 치료는 요원하다. 병이 없다 생각하니 고칠 게 없다. 그러니 병은 깊어만 간다. “꼰대가 꼰대인 걸 알면 꼰대겠니?” 항간의 우스갯소리는 병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부단히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 일갈했던 소크라테스는 그래서 위대하다.

네 번째 질문이다. 애국치민 능무위호 (愛民治國 能無爲乎)?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무위(無爲)’할 수 있는가? 무위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아니다. 머리 속에 뿌리 내린 작위적인 생각의 틀을 깨부수는 게 무위다. 외부 규범의 내면화로 만들어진 그 틀은 명분을 앞세운다. 인간의 욕망은 뒷전이다. 그러니 ‘지금 여기’가 아니라 ‘저기 멀리’에 집착한다. 땅 위의 움직임과 멀어진 이념과 정책은 화석이 되어간다. 급기야 주체가 되어야 할 백성이 객체가 되고, 이념이 주인 노릇을 한다. 다들 나라를 위한다지만, 외려 나라가 피폐해지는 이유다. 가장 위대한 스승은 현실이다. 눈 앞의 실재다. 지금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낱낱의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내 의도를 세상에 주입하지 않는 것, 현실에 나를 맞추어 세상을 품어 안는 것, 그게 무위다. 리더라면 기억해야 한다. 민심이 천심임을.

다섯 번째 질문. 천문개합 능위자호 (天門開闔 能爲雌乎)? 하늘의 문을 열고 닫음에 있어 부드러울 수 있는가? 하늘의 문을 열고 닫는다는 것은 세상의 존폐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감당하기 힘든 왕관의 무게다. 그럴수록 필요한 건 유연함이다. 리더의 확신은 위험하다. 변동성(V)과 불확실성(U), 복잡성(C)과 모호성(A)이 지배하는 ‘VUCA 세상’이라서다. 변화의 크기와 속도가 엄청나서다. 예전과 다른 문제지를 받아 들고 예전과 같은 답을 쓰면 백전백패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경청은 그래서 중요하다. 리더의 경청은 소통을 낳는다. 직원들의 주인의식은 덤이다. 나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게 유연함이다. 노자가 묻는다. 너는 유연한가?

마지막 질문이다. 명백사달 능무지호 (明白四達 能無知乎)? 사방으로 두루 밝음에도 겸손할 수 있는가? 능력 없는 사람의 잘못된 결정이 만든 부정적인 결과. 하지만 능력이 없으니 자신의 실수나 오류를 알지 못한다. 아는 만큼만 보이니 자신감만 넘쳐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다. 그래서인가, 대가들은 늘 얘기한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렵더라고. 우리 속담에도 같은 의미를 담은 표현이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그래서 어른들은 익은 벼를 가리키며 항상 고개를 숙이라 가르쳤다. 겸손의 지혜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리더도 그렇다. 현실은 비루한 고양이인데 상상 속 내 모습은 늠름한 사자다. 보다 못한 스티브 잡스가, 그래서 한 마디 한 거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생지축지 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이부재 (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낳아 키웠음에도 소유하지 않고, 바라지 않고, 다스리지 않는다. 여섯 개의 질문을 정리하는 노자의 표현으로는 이게 곧 현묘한 덕, ‘현덕(玄德)’의 클래스다. ‘검다’라는 뜻을 가진 ‘현(玄)’자는 칠흑 같은 어둠(黑)을 가리키지 않는다. 여러 색이 함께 모여 만든 어둠이다. 세상을 ‘밀어내는’ 어둠이 아니라 세상을 ‘품어 안는’ 어둠이다. 그러니 현묘하다. 리더십이 그렇다. 이런 다양성과 모호함을 포용할 수 있어야 리더다. 노자의 뜻이 여러모로 참 깊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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