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감독 영화 '옥자', 극장들이 거부한 이유

봉감독 영화 '옥자', 극장들이 거부한 이유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호텔 예약앱이 인기입니다. 다양한 호텔 가격을 한번에 비교해 예약까지 해결해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에 호텔들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호텔에 직접 예약하면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겁니다. 가격을 깎아주기도 하고 매력적인 혜택을 덤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호텔 예약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호텔 측의 자구책입니다.

문득 수 년 전 기사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롯데백화점과 샤넬화장품의 힘겨루기에 대한 기사입니다. 샤넬이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는 패션 매장을 내면서 ‘롯데 센텀시티점’에는 매장을 안 내기로 했다는 게 발단입니다. 두 백화점이 나란히 붙어있어 내린 결정이라는데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했던가요. 롯데는 샤넬화장품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며 매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다른 7개 점포에서 샤넬 매장의 조정을 요구했습니다. 매장 크기도 줄이고 위치도 옮기겠다는 겁니다. 이에 샤넬은 ‘매장 철수’라는 초강수를 두며 주변의 가까운 신세계백화점에서 샤넬을 계속 만날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안내장을 돌렸습니다. 메이커와 유통점의 한 판 전쟁이었습니다.

풋라커(Foot Locker) 사례도 있습니다. 풋라커는 미국의 대표적인 신발 유통회사인데요. 이들 매장에 가면 우리나라의 개별 브랜드 매장과는 달리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푸마 등 모든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일종의 신발 백화점이라고나 할까요? 미국에서 이 풋라커와 나이키가 싸움이 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즌 별로 판매물량을 발주하는 풋라커에 나이키가 끼워팔기를 요구하다 두 회사가 틀어져 버린 겁니다. 어부지리를 얻은 것은 리복이었습니다. "나이키가 그런단 말이야? 좋아, 그럼 우리 매장들에서 리복을 전진배치하고 나이키는 구석 자리로 치워버려." 눈에 선한, 풋라커의 대응이었을 겁니다.

앞선 세 사례를 관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브랜드를 가진 제조사’와 ‘고객과의 접점을 보유한 유통기업’ 간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겁니다. 강력한 고객접점을 무기로 갖고 있는 유통업체에 밀리지 않으려면 제조업체는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이 유통 채널과 상관없이 우리 제품을 갈망하며 찾아옵니다. 유통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브랜드자산 제고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 한 시도 소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쯤 되면 몇 년 전 있었던 영화 ‘옥자’ 논란도 조금은 달리 보입니다. 넷플릭스가 무려 560억원을 투자하여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CGV가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 말입니다. 극장에서 먼저 상영한 후에 온라인과 IPTV등에 풀리던 기존 영화 개봉 관행과 달리 '온라인·극장 동시 개봉'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CGV의 정면 충돌입니다.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닙니다. 생존을 걸고 벌이는 주도권 경쟁입니다. 영화의 공급 유통 체계에서 극장이 완전히 배제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오늘날 경영 현장은 이처럼 전 방위적인 전쟁터입니다. 결국은 브랜드 싸움입니다. 제조이든 유통이든 대체 불가능한 독창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쪽이 살아 남습니다.

마케팅이라는 문제에 있어 답은 늘 고객입니다. 새로운 정보기술의 출현으로 기존의 관행과 규정이 허물어지는 요즘입니다. 경쟁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초경쟁’의 시대.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고객과의 끈을 놓치는 그 순간, 나락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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