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노래도 '소유'가 아니라 '접속'이에요

시(詩)와 노래도 '소유'가 아니라 '접속'이에요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훗날 누가 나를 일컬어 말한다면/그는 단지 그냥 거기 있었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박철 시인의 시 <벽오동>의 첫 구절입니다. 며칠 전 스마트폰으로 배달받은 시입니다. 출판사 창비가 출시한 모바일 앱 ‘시요일’ 이야기입니다. 무려 4만 3천여 편입니다. 창비가 보유하고 있는 시 전체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들어앉았습니다.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매일 새로운 시를 보내줍니다. 시인 별, 시집 별뿐만 아니라 키워드나 상황을 통한 검색도 가능합니다.

예컨대 ‘울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시, ‘인생을 돌아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시 같은 메뉴들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용금액입니다. 1년 이용권이 3만원이니 한 달로 치면 3천원이 채 안 됩니다. 흡사 원하는 음식을 무한정 먹을 수 있는 뷔페식당처럼 창비가 보유한 모든 시를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문학 판매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이런 판매 방식의 변화는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일상입니다. 대표적인 게 음악 시장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즐깁니다. 애초엔 한 곡당 얼마씩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하던 음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세는 ‘스트리밍'(인터넷 상에서 음악이나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 방식입니다. 매월 일정 금액만 내면 아무런 제한없이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 내 것으로 ‘소유’하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을 때 그저 인터넷에 ‘접속’하여 즐기는 겁니다. ‘시요일’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개당 얼마씩, 혹은 회당 얼마씩 가격을 매겨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시장이 변하니 세일즈와 마케팅도 달라집니다. 일정 금액을 내면 무한정 사용하게 하기도 하고 시간을 더욱 잘게 쪼개어 팔기도 합니다. 이제는 가격 정책에도 남다른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방증입니다. 단순히 원가가 얼마이니 거기에 적정 이윤을 붙여 가격을 정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어떤 조합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매출과 수익이 천양지차 달라집니다.

렌터카업체 쏘카는 24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주던 기존 렌터카 업체와는 달리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차를 빌려줍니다. 내가 필요한 시간 동안만 차를 빌릴 수 있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합리적 제안입니다. 하루 단위로 숙박료를 책정하던 호텔들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인천공항에 있는 국내 최초의 캡슐호텔인 ‘다락 휴(休)’의 과금 기준은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간입니다. 객실 타입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시간당 만원 수준입니다. 일정 금액의 기본 요금을 시작으로 분당 얼마씩 금액이 올라가는 구조의 호텔도 있습니다. 마치 택시처럼 말입니다.

‘소유’의 시대가 저물어갑니다. 이제 ‘접속’의 시대이며 ‘공유’의 세상입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제품과 나의 서비스도 다시 한번 돋보기 대고 들여다 볼 일입니다.

고객의 새로운 니즈에 맞춤하는 가격 전략? IT 기술 발전에 따른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마케터들의 새로운 고민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대화에 참여하세요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와 함께 하는, 망고처럼 새콤달콤 혁신 이야기

하루 100원만 투자하세요. 새콤달콤 이노망고로 내 안의 혁신 DNA를 깨워내세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