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show)'하는 CEO가 보고 싶다

'쇼(show)'하는 CEO가 보고 싶다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안녕하세요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여러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임직원들, 그리고 협력사 직원 여러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말씀 전합니다.” 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되는 영상. 이야기가 이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할 수 없는 게 너무나 많아진 시대, 우리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잔다. 새해에는 고객들이 우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고, 부족한 부분을 새롭게 채워나가자는 당부다. 끝이 아니다. 내년에도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진다. 대표가 직접 연주하는 송년 테마의 노래 ‘작별’이다.

전 직원 송년 인사를 위해 A기업의 B대표가 본인의 방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이다. 특별한 조명도 없다. 화려한 효과도 없다. 그저 혼자서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연주를 한다. 2분이 채 안 되는 길이의 소박한 영상이다. 하지만 짧은 길이와 달리 여운은 길다. 진정성이 느껴져서다.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요즘이다. 디지털이 만들어낸 변화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졌다. 문명의 표준이 바뀔 수 밖에. 기업 풍경도 변화의 물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수직적 위계를 넘어 수평적 네트워크를 향해 질주하는 세상 속에서 CEO의 소통 방식도 바뀌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소통은 핵심화두이다. 소통 없이는 성과도 없어서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상대에게 다가가는 게 소통이지, 상대더러 오라는 건 강요이자 폭력이라는 점. 리더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내뱉는 건 소통이 아니다. 그들에게 맞춤하는 그들의 방법으로 세심하게 다가가야 한다. 소통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일이라서다.

텍스트로 소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이미지로 소통한다. 더 이상 사람들은 정보를 ‘읽지(read)’ 않는다. 정보를 ‘본다(see)’. 인포그래픽이 부상하는 이유다. 인포그래픽은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여 정보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전달하는 그래픽을 가리킨다. 정보에 강렬한 임팩트를 더해 줄 수 있어 정보 홍수 시대,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니 영상의 제작과 유통 또한 쉬워졌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이미지와 영상을 기반으로 한 정보 생산과 소비가 일상화된 배경이다.

A기업 B대표의 소통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대표이사 취임 때의 전 직원 인사 방식도 영상이었다. 고객 판매 접점에 있는 유통기업이었기에 전 직원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CEO라면 전사 메일로 뿌리고 말았을 취임사 내용. 면대면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B대표는 차선을 골랐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스마트폰 셀프 영상을 찍었다.

영상 속 그는, 이번에 새로 부임하게 된 CEO라며, 여러분과 함께 우리 회사의 미래가치를 높이고 싶다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 약속한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직접 썼던 본인의 일기장을 꺼내 읽으며 인생 첫 번째의 쇼핑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런 특별한 시간과 가슴 설레는 공간을 우리의 고객에게도 제공하고 싶다 얘기하며, 함께 더 좋은 일터를 만들어보자 말하며 영상은 마무리된다.

취임 100일 때도 집무실에서 라이브방송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했다. 유통업계 화두인 라이브 커머스 방식이었다. 직접 집무실 곳곳을 비추며 전 직원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아 그에 대해 답변했다.

그런 쇼 좀 한다고 무슨 성과가 나겠냐고? 모르는 소리.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민첩한 대응을 강조하는 애자일경영이 부상하고 있다. 애자일경영의 핵심은 유연함이다. 유연함은 변화에 대한 포용에서 나온다.

그걸 보여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진짜 쇼(Show)’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직의 목적과 조직의 방향을 조직 구성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보여주는 진정성 가득한 쇼. 조직 구성원들을 감동시켜 조직의 행복한 혁신을 빚어내는 쇼. 이런 쇼를 하는 CEO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소통의 방식이 아니다. 소통에 대한 리더의 철학과 마인드의 변화다. 리더가 바뀌어야 조직이 바뀌어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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