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도대체 무얼 파는 회사야?

스타벅스는 도대체 무얼 파는 회사야?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지금껏 시계는 우리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성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니 고장 나지만 않는다면 시계가 두 개일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시계를 하나만 갖고 있는 사람은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제 시계는 기능성 아이템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스와치’라는 브랜드 때문입니다. 스와치는 시계를 ‘패션’으로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그러니 색깔 별로, 소재 별로, 디자인 별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납니다. 우리의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 시장은 이렇게 달라집니다.

비근한 예로 ‘룩옵티컬’이라는 안경점 브랜드가 있습니다. 룩옵티컬의 마케팅 슬로건은 “안경은 얼굴이다”입니다. ‘안경성형’이라는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콘셉트를 선보이며 성형외과를 경쟁사로 꼽습니다. 안경이라는 기능성 아이템을 패션 아이템으로 바꿔놓은 겁니다.

관건은 우리 업(業)에 대한 재해석입니다. 우리는 유심히 지켜봅니다. 고객이 ‘무엇’을 사는지를 말입니다. 그걸 찾아내서 우리도 그걸 제공해주면 매출이 올라갈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무엇을 사는가’ 이전에 ‘왜 사는가’가 중요합니다. 그걸 생각한다면 고개에게 ‘옷’을 팔아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에게 팔아야 할 것은 세련된 이미지와 멋진 스타일, 그리고 매혹적인 외모인 것이지요. 요는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입니다!

이제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세요. 모든 게 다시 보일 겁니다. 예컨대, 현대백화점은 ‘상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팔고,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팝니다. 가구회사 한샘은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팔며, 크루즈회사 노르웨이안에픽은 ‘이동수단’이 아니라 ‘판타지’를 팝니다. 두 팔을 치켜세워 힘들게 타야 하는 명품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역시 단지 오토바이를 파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일탈적 저항정신’을 팔아 연간 35만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물리적 속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우리 제품(혹은 서비스)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서적 편익과 가치에 대해 얘기해주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월 1억 5천만개가 팔려나가는 오리온 초코파이는 초코파이의 ‘맛’을 팔지 않습니다. 초코파이가 파는 것은 다름 아닌 ‘정(情)’입니다. 식품으로서의 이성적 측면에 포커스를 들이댄 게 아니라 정이라는 감성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고객과 소통했습니다. 다시다가 주야장천 이야기하는 ‘고향의 맛’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품의 물리적 속성’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 입장에서의 감성적 가치’란 관점에서 접근한 겁니다.

카카오톡이 모빌리티 비즈니스와 금융업에 진출한 것처럼 기업들도 기존의 업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그런 측면에서 손꼽을 만한 모범사례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바일결제 앱 중의 하나가 바로 스타벅스앱입니다. 스타벅스에서는 현금이나 카드를 내고 커피를 사는 고객이 많지 않습니다. 많은 고객들이 스타벅스 앱에 미리 충전해 놓은 돈으로 결제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제공해주는 혜택이 많아서입니다.

그런데 이 충전금액의 총액이 엄청납니다. 2016년 기준, 한국 내 스타벅스가 보유한 충전금액만 1,500억원, 미국 스타벅스는 1조 4천억원에 이릅니다. 미국 내 어지간한 은행을 능가하는 규모입니다. 이자 수익만 해도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 보면 스타벅스는 또 하나의 은행입니다. 금융의 미래는 기존 금융업체가 아니라 스타벅스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제는 금융서비스 기업이라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스타벅스. 업에 대한 부단한 성찰과 혁신 덕분입니다. 스타벅스를 더 이상 커피 파는 회사라 얘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립니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각광받는 에어비앤비는 도대체 무엇을 파는 기업일까요? 에어비앤비의 광고에 그 답이 있습니다. “파리 구경 하지마. 파리 관광 하지마, 파리 가이드북 따르지마. 파리에서 살아보는 거 어때? 에어비앤비를 하면 파리에 내 집이 생기거든. 자고 싶을 때 자고, 요리도 해먹고. 여행이 아닌 일상을 사는 거야. 거기가 어디라도 우리집처럼 편안하게. 늘 하던 일상인 것처럼. 어디를 가든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그게 단 하루뿐이라도.” 에어비앤비의 광고카피입니다.

눈치 채셨을 겁니다. 에어비앤비의 경쟁사는 호텔이 아니라는 것을요.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숙박을 위한 룸을 파는 게 아닙니다. 이국에서의 일상적 경험을 파는 겁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는 이유는 단지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지금처럼 재화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필요한 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매 활동이 일어나는 건 ‘욕망’ 때문입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needs)’ 게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 이상으로 그들이 ‘원하는(wants)’ 게 무엇인지 살펴볼 일입니다.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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