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스토리쿠스와 소셜마케팅 : '이야기'를 들려줘라

호모 스토리쿠스와 소셜마케팅 : '이야기'를 들려줘라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이른바 소셜 미디어라는 것을 통해 최근 보게 된 유튜브 동영상 내용이다. 국내 모 중견그룹에서 기획한 “힘내라 젊음, 헬로 드림” 프로젝트.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훈훈한, 재미와 감동의 ‘이야기’다. 관련 동영상 조회수도 10만을 훌쩍 넘겼다. 문득 생기는 궁금증. 사람들은 왜 이 동영상을 그렇게 열심히 퍼다 날랐을까? 왜 이렇게 조회수가 높을까? 힌트는, 바로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는 ‘재미있는 이야기’ 혹은 ‘감동적인 이야기’다.

“옛날 얘길 그걸 듣구서는 누귀한테 가 얘길 안 하면 얘기가 굶어 죽어. 그러면 얘기가 굶어 죽는다구. 그러, 괜히 살(煞)이 되면 안 돼. 그러니까 얘길 해요. 오늘 저녁에 들은 거 아무 데라도 댕기면서 얘기를 해야 얘기가 자꾸 빠져 나가면서 얻어먹구 살잖아.” 「한국구비문학대계」라는 구비문학 자료집 2-6 권에 실려있는 '이야기 주머니' 설화의 첫 대목이다. 강원도 횡성군의 한 할머니가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 낸 이 이야기는 그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발원한 사회적 존재 (Social Being)로서의 인간 본성을 에둘러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맺었다. ‘호모 스토리쿠스’란 말이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배경이다.

공유의 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소셜 미디어의 시공간에서 사람들은 이제 모든 것을 공유한다. 사진을 공유하고, 동영상을 공유하며, 위치를 공유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이 모든 나눔의 현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모든 공유의 이면에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사진과 동영상, 위치 등을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은 결국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어디에 갔더니 뭐가 있길래 이렇게 하면서 저렇게 했다.”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며 그런 ‘이야기’에 대한 반응들로 서로의 존재와 관계를 확인한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시대.

정보화 사회의 태양이 지고, 이야기 중심의 ‘드림 소사이어티’가 도래했다고 역설하는 미래학자 롤프 옌센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소셜 시대의 스마트한 기업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영리한 기업들의 마케팅은 이제 ‘이러이렇게 훌륭한 제품을 만들었으니 사라!’의 패러다임에서 ‘우리는 기존 질서에 도전하며 혁신을 꿈꾼다. 우리의 제품은 그런 가치 위에 발을 딛고 서있다’는 식의 ‘이야기 패러다임’으로 진화했다.

고객은 이제 스펙에 감동받지 않는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기업의 활동에 눈과 귀를 집중한다.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가’가 기업을 상징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든다. 이런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이야기’의 전파 속도는 폭발적이며, 그에 대한 반응 또한 긍정적이고 호의적이다.

더군다나 이제 사람들은 그 ‘이야기’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그 ‘이야기’들을 즐겁게 비틀며, 유쾌하게 패러디한다.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는 ‘호모 스토리쿠스’, 그 인간 본성의 소셜 시대 식(式) 발현이랄까. 기업들이 눈 여겨 보아야 할 소셜 시대 마케팅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야기! 재미있거나 혹은 착하거나.

스마트한 기업들이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파편화되어 있던 개인들은 SNS를 통해 연결되면서 거대한 집단이 됐다. 집단화되어 새로운 권력을 갖게 된 개인들은 더 이상 기업이 만든 작위적(作爲的)인 광고를 믿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소셜 친구'를 믿는다. 지금껏 기업의 메시지를 피동적(被動的)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소셜로 연결된 친구들과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기업의 목줄을 죈다. 소비자의 역할과 위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객을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할 설득과 공략의 대상'으로 인식하던 기존의 경영 전략은 이제 폐기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로 고객에게 말을 걸어야 할까. 답은 바로 '진정성' 있는 이야기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평판이 기업들의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시대엔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척할 수도 없다. 현란한 화장으로 떡칠한 얼굴이 아니라 진솔한 민낯으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업만이 종국에 살아남는다.

마케팅의 대부 필립 코틀러는 저서 '마켓 3.0'에서 소통과 협력, 참여를 주요 속성으로 하는 3.0 시장의 고객은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제품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적인 측면'까지 감동시켜 주는 '경험', 일명 '의미의 공급(supplying meaning)'을 추구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 진정성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세상과 소비자를 위한 가치와 철학의 바탕 위에서 진정성을 갖고 고객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것. 소셜 시대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대화에 참여하세요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와 함께 하는, 망고처럼 새콤달콤 혁신 이야기

하루 100원만 투자하세요. 새콤달콤 이노망고로 내 안의 혁신 DNA를 깨워내세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