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외칠 땐 오히려 소곤소곤 속삭이세요

다들 외칠 땐 오히려 소곤소곤 속삭이세요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튀지 않으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제품이건 서비스건 저마다 자신을 쳐다봐 달라고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고객은 이미 이런 악다구니에 이골이 났습니다. 각 기업의 처절한 외침이 고객들에겐 그저 의미 없는 소음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피 말리는 경쟁의 대열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TV프로그램이 있습니다. tvN의 ‘삼시 세 끼’ 이야기입니다. 다들 ‘경쟁’과 ‘생존’을 키워드로 보다 자극적이고 보다 현란한 장면을 내보내고 있는데 삼시세끼는 정반대입니다. 인적 드문 시골 농가나 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는 섬에서 그저 하루 세 끼 밥 해먹는 장면을 하릴없이 보여줍니다. 게다가 고정 출연진도 남자 셋.

처음 시작할 때는 출연진도 망했다고 생각했던 이 밋밋한 프로그램이 5%대의 시청률에서부터 슬글슬금 올라오더니 급기야 최고 시청률 13%를 찍었습니다. 공중파 프로그램도 쉽게 달성하기 힘든 수치입니다. 바로 ‘차별화’의 힘입니다.

‘차별화’는 고객으로 하여금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마케팅 차원의 전략입니다. 그러니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이 굳이 나를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게 차별화입니다. 경쟁사 때문입니다.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의 마케팅 현장에도 오롯이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다들 차별화를 부르짖으면서도 동일화를 향해 달려갑니다. 경쟁사가 하면 우리도 해야 합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게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대열에서 낙오될까 두려워 무리를 이루어 함께 날아가는 철새들이 따로 없습니다.

차별화의 핵심은 강점을 강화하는 겁니다.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강점을 강화하기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데 방점을 찍습니다. 그러니 많은 기업들의 많은 제품들이 점점 비슷해져 갑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제품과 서비스와 요금제는 무늬만 다를 뿐, 고객이 체감하는 차별화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고객 입장에서는 기회만 되면 갈아타거나 큰 문제 없으면 그대로 가는 게 이동통신 시장입니다.

해답은 단순합니다. 미친 척 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범하다’와 ‘무난하다’는 마케팅에서 절대 피해야 할 저주의 언어입니다. 비슷하면 죽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휘황찬란 시끌벅적 난리 블루스를 춰댑니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소리 높여 외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달라야 한다’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남들이 다들 소리 높여 외친다면 우리는 오히려 속삭여야 합니다. 그렇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겁니다. 그게 차별화입니다.

‘삼시 세 끼’의 집밥은 소박합니다. 집에서 직접 해 먹는 그 소박한 집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다들 조금이라도 더 튀어보겠다 난리 치는 세상, 오히려 투박하고 소탈한 무채색의 모양새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러고 보니 삼시세끼의 제작진은 차별화 감각으로 무장한 탁월한 마케터 그룹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렴 어떤가요?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삼시 세 끼’는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되는 참으로 행복한 식사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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